일기를 쓴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부터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주 빼먹는데.
심할 때는 반 년 동안 쓰지 않은 적도 있다.
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닌데.
국민학생 때처럼 담임에게 검사 도장이나 사인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에 좋았는데.
정확하게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다시 일기란 걸 쓰게 된 것이.
계기는 아마도 짝사랑의 시작이었나 보다.
같은 학원에 다니던 동갑의 여학생.
정작 그는 자신의 친구를 내게 소개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일기를 군대에서도 썼다.
수양록이라고.
훈련병 시절에는 강제로 쓰게 했는데.
자대에 가고서는 집으로 부치는 편지와 더불어 수양록에도 일기 형식으로 썼다.
제대하면서 가지고 나왔다.
내가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 기억에 관한 집착이 있나 보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잊어버릴 거 같은 생각은 비공개 트위터에 급하게 쓰기도 하고.
일기의 매력은 지나고 나서 다시 펼쳐서 볼 때이다.
10년 전의 오늘이 궁금하면 뒤적거려서 본다.
가끔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구나'하고.
그래서 다시 일기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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